안녕하세요. 아는 형입니다.
얼마 전 고객사 IT 담당 임원분이랑 미팅을 하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우리는 라이선스 이미 사놨으니까 상관없는 거 아니에요?” 순간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거든요.
SAP가 RISE with SAP 브랜드를 개편하면서 그 이면에서 라이선스 요금 구조 자체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놓친 채 예산을 편성했다가 뒤늦게 계약서를 다시 펼쳐보는 IT 리더들, 요즘 부쩍 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SAP가 영구 라이선스에서 구독형으로 넘어가는 배경, 계약 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그리고 이게 기업 IT 예산에 구체적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정리해봤습니다.
영구 라이선스 시대, 왜 저물고 있나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에서 영구 라이선스가 퇴장하는 이유를 짚은 한 칼럼에서는, 오늘날 영구 라이선스가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고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구독형 모델은 벤더와 고객의 이해관계를 더 직접적으로 연결시킨다는 논리인데요. 벤더는 지속적인 기능 개선으로 매출을 유지해야 하고, 고객은 그 대가로 끊임없는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소프트웨어가 “한 번 사고 끝나는 상품”에서 “계속 진화하는 서비스”로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거죠.
SAP의 행보도 이 흐름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ECC 유지보수 종료 관련해서 다뤘던 내용과도 맞물리는데, SAP는 구독형 클라우드 ERP인 S/4HANA Cloud Public Edition으로의 전환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계약 구조, 실제로 무엇이 바뀌고 있나
① RISE·GROW 이원화, 그리고 브랜드 개편 뒤의 요금 변화
SAP는 SAP Sapphire 2026에서 RISE with SAP와 GROW with SAP 두 프로그램 모두에 Joule AI 어시스턴트 포트폴리오 접근 권한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오퍼링을 개편했습니다. RISE with SAP 고객은 도입 첫해에 Joule 어시스턴트 3개를 활성화할 수 있고, GROW with SAP 고객은 온보딩 즉시 전체 포트폴리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골자입니다.
그런데 이면을 보면, 요금 구조 조정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앞서 RISE with SAP Premium 패키지가 Cloud ERP Private로 이름을 바꾸는 과정에서, AI 어시스턴트·공급업체 포털·녹색 회계 기능이 포함되어 있던 Premium Plus 패키지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그동안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다고 여겨졌던 AI 사용 단위가 별도 구매 항목으로 분리된 거죠. SAP 측은 “선택 사항”이라고 설명하는데, 결국 예전엔 딸려오던 게 이제는 추가 과금 대상이 된 셈입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있는데요. RISE with SAP라는 이름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그 안에 담긴 패키지 구성과 과금 방식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에 봤던 견적서 그대로겠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가는 낭패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② FUE(Full User Equivalent) 모델을 둘러싼 논란
현재 SAP 라이선스 비용 산정의 핵심에는 FUE 모델이 있습니다. ‘전문(Professional)’, ‘기능(Functional)’, ‘생산성(Productivity)’ 등 사용자 유형별 조합으로 1 FUE를 산정하고, 이에 따라 비용이 결정되는 방식인데요. 이 산정 기준 자체가 라이선스 비용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예전에는 저렴한 라이선스 범주에 있던 기능들이 더 비싼 등급으로 재분류되는 사례들이 나오면서, 이게 사실상 숨겨진 가격 인상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③ Gartner의 경고 — “RISE with SAP 종료”를 모르는 CIO들
Gartner는 많은 IT 리더들이 RISE with SAP가 2025년 6월 이후 기존 형태로는 종료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 채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편성하고,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인식 부족이 기술 로드맵이나 SAP와의 계약 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고요.
그래서 Gartner가 CIO들에게 권하는 건 명확합니다. SAP가 제안하는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지 말고 외부 정보로 검증할 것, SKU 번들 변경·새 요금 구조·전환 인센티브·클라우드 부속 조항의 유연성 같은 전반적인 변화를 빠르게 숙지할 것.
| 구분 | 영구 라이선스 시대 | 구독형(RISE/GROW) 시대 |
|---|---|---|
| 비용 성격 | 초기 CAPEX + 유지보수 비용 | 매년 갱신되는 OPEX |
| 예산 예측 | 초기 투자 이후 비교적 안정적 | 계약 조건 자체가 매년 변수 |
| 패키지 구성 | 한 번 계약하면 고정 | 브랜드·SKU 개편에 따라 수시 변동 |
| 선택권 | 온프레미스 등 대안 유지 가능 | 사실상 클라우드 전환으로 유도 |

IT 예산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나
가장 먼저 체감되는 건 예측 가능성의 하락입니다. Rimini Street가 전 세계 455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시간이 지날수록 구독 비용이 상승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영구 라이선스 시절에는 초기 투자 이후 유지보수 비용만 예측하면 됐는데, 구독형에서는 매년 갱신되는 계약 조건 자체가 변수가 되어버립니다.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한 애널리스트는, 영구 라이선스를 포기하고 구독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고객의 미래 선택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통제권 일부를 벤더에게 넘기는 것과 다름없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실제 기업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관망 쪽에 가깝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향후 5년 내에도 S/4HANA Cloud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약 4분의 1은 기존 온프레미스 ECC 시스템을 계속 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구축해 놓은 ERP의 실제 수명이 SAP가 정한 지원 종료 시점보다 훨씬 길다고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죠.
이게 진짜 중요한 지점인데요. 구독형 전환은 단순히 가격이 오르내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IT 예산이 편성되는 방식 자체가 바뀝니다. 초기 대규모 투자(CAPEX) 이후 유지보수 비용만 관리하던 방식에서, 매년 반복되는 운영비(OPEX) 성격의 지출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거든요. 예산 승인 프로세스, 다년 계획 수립 방식, 심지어 회계 처리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입니다.
지금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가
정리하고 넘어가기 전에, 실무에서 바로 체크리스트로 쓸 수 있게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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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계약이 어느 프로그램에 속하는지 확인 — RISE with SAP인지 GROW with SAP인지, 최근 개편으로 어떤 항목이 재조정됐는지
- 패키지 포함 항목과 별도 과금 항목 구분 — 특히 AI 관련 기능은 요금 체계가 자주 바뀌니 재확인 필요
- FUE 산정 기준 재검토 — 사용자 유형별 조합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므로, 실제 사용자 구성과 라이선스 산정 방식이 일치하는지 점검
- SAP 제안 조건의 외부 검증 — Gartner 권고대로, SAP가 제시하는 할인·인센티브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지 말고 벤치마크 정보로 교차 검증
- 다년 예산 계획에 구독 갱신 리스크 반영 — 매년 갱신되는 계약 조건 변화 가능성을 시나리오로 예산 계획에 포함

마무리하며
SAP의 구독형 전환은 단순한 가격 정책 변경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자산”에서 “구독하는 서비스”로 재정의하는 산업 전반의 흐름과 맞닿아 있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이 전환 과정에서 계약 구조와 요금 체계가 계속 조정되고 있다는 거고, 그 변화를 놓치면 예산과 로드맵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계약했으니 끝났다”가 아니라, 매 갱신 시점마다 계약 조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다음 계약 갱신 미팅 전에, 이 체크리스트부터 한번 훑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참고자료
본 글은 위 자료들을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개별 기업의 실제 계약 조건과 요금은 SAP 및 파트너사와의 직접 협의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