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SAP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안녕하세요. 아는 형입니다.

요즘 IT 업계에서 AI를 빼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Chat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ERP 업계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그렇다면 SAP는 AI 시대에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걸까요?

처음에는 저도 SAP 화면 옆에 ChatGPT 같은 기능을 하나 붙여서 사용자가 질문하면 답변해 주는 정도를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그 정도면 충분히 쓸 만하겠다 싶었고요.

그런데 최근 SAP의 발표를 계속 보다 보면 방향은 그것보다 훨씬 큽니다.

SAP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AI가 ERP 사용자를 도와주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이해하고 일정 부분 직접 수행하는 ERP입니다.

기록하는 ERP에서 실행하는 ERP로

기존 ERP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기업에서 발생한 거래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통제하는 것이었습니다.

구매가 발생하면 구매오더가 생성되고, 물건이 들어오면 입고가 처리되고, 공급업체 송장이 들어오면 AP 전표가 생성되고, 지급일이 되면 F110 등을 통해 지급을 실행합니다.

결국 사람이 업무를 판단하고 SAP에 들어가 Transaction을 실행하면 SAP가 그 결과를 기록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ERP를 흔히 System of Record, 즉 기업 활동을 기록하는 시스템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SAP가 2026년 Sapphire에서 제시한 방향은 Autonomous Enterprise, 즉 ‘자율형 기업’입니다.

사람이 모든 화면과 프로세스를 하나씩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목표와 정책을 정하면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필요한 업무를 판단하여 실제 프로세스까지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SAP는 이를 “사람은 방향을 정하고 AI가 실행한다”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ERP가 단순한 System of Record에서 System of Action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SAP는 AI 시대에 어디로 가는가?
구분 System of Record System of Action
ERP의 역할 발생한 거래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통제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업무를 판단하고 수행
사람의 위치 업무를 판단하고 Transaction을 직접 실행 목표와 정책을 정하고 AI가 실행
업무 방식 지급일이 되면 F110을 실행 “이번 달 결산에서 이상 항목을 찾아줘”

그 중심에 Joule이 있다

이 변화의 가장 앞에 있는 것이 SAP의 생성형 AI인 Joule입니다.

초기의 Joule은 “이 전표가 무엇인지 설명해 줘”, “어떤 데이터를 조회해 줘”와 같은 Copilot 성격이 강했습니다. 처음 접해본 Joule은 딱 제가 처음에 상상했던 그 수준이었죠.

하지만 SAP가 최근 제시하는 Joule의 역할은 훨씬 커졌습니다.

Joule Assistant가 사용자의 역할과 의도를 이해하고, 여러 Joule Agent에게 업무를 분배합니다. Agent는 데이터를 조회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판단하고 필요한 작업을 실행합니다.

SAP는 이를 Joule Work라는 하나의 업무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여러 SAP 메뉴와 Transaction을 돌아다니는 대신 “이번 달 결산에서 이상 항목을 찾아줘”처럼 원하는 결과를 이야기하면 AI가 관련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연결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방향입니다.

여기서 한 번쯤 생각해 볼 지점이 있습니다. SAP 화면을 잘 찾아 들어가는 능력 자체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AI가 SAP 업무를 어떻게 이해할까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일반적인 AI에게 “미지급금이 왜 증가했어?”라고 질문하면 회계 이론에 대한 답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회사코드, 공급업체, 지급조건, 전표, 구매오더, 계정과목, 원가센터를 연결해서 원인을 판단하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AI가 기업 데이터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AP가 AI만큼 강조하고 있는 것이 SAP Business Data Cloud(BDC)입니다.

SAP BDC는 SAP 데이터뿐 아니라 외부 시스템의 데이터까지 연결하면서 데이터가 가진 비즈니스 의미와 Context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단순히 BKPF, BSEG, ACDOCA의 값을 AI에게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이 데이터가 어떤 프로세스에서 발생했고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SAP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AI 경쟁력은 AI 모델 자체보다 수십 년 동안 ERP 안에 축적된 기업의 프로세스와 데이터일지도 모릅니다.

Cloud와 Clean Core를 강조하는 이유도 연결된다

최근 SAP가 계속 Cloud ERP와 Clean Core를 강조하는 것도 AI 전략과 별개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Z 프로그램과 Modification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데이터 품질이 좋지 않은 ERP라면 AI가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SAP는 ERP Core는 최대한 표준화하고, 필요한 확장은 ABAP Cloud나 SAP BTP를 활용하도록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SAP 역시 Clean Core를 시스템을 보다 민첩하고 업그레이드와 AI 혁신을 받아들이기 쉬운 구조로 만드는 전략으로 설명합니다. 이러한 부분이 요즘 왜 이렇게 SAP가 Clean Core를 강조하고 밀어붙이는지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만들지요.

2026년에는 BTP, Business Data Cloud, AI Foundation 등을 SAP Business AI Platform이라는 큰 구조 안에서 연결하는 방향도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그림을 단순화하면 이렇습니다.

ERP에는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가 있고 → Business Data Cloud가 기업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 Business AI Platform이 AI가 이를 활용할 기반을 제공하며 → Joule과 AI Agent가 사람을 대신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SAP AI 전략 구조 한눈에 보기

그러면 SAP 컨설턴트는 없어질까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전표를 분석하고 결산 업무를 수행한다고 해도 AI에게 무엇을 허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 자동전표를 허용할지, 어떤 금액 이상이면 승인이 필요한지, 지급을 자동 실행해도 되는지, 환율차이가 발생하면 어떤 계정으로 전기할지, 오류가 발생하면 어디에서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지를 누군가는 설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설계하려면 결국 회계와 업무 프로세스, SAP Configuration을 모두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SAP 컨설턴트에게 IMG 설정과 ABAP, 인터페이스에 대한 지식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여기에 데이터, 프로세스 표준화, Clean Core, BTP 그리고 AI Agent의 업무 통제와 Governance에 대한 이해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SAP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단순히 ‘SAP에 AI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SAP를 조작하는 ERP에서, 사람과 AI가 함께 기업을 운영하는 ERP로 바꾸는 것.

제가 보기에는 이것이 지금 SAP가 그리고 있는 가장 큰 그림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SAP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질문도 “이 Transaction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서 조금씩 달라질 것 같습니다.

“이 업무 중 사람이 해야 할 판단은 무엇이고, AI에게 맡길 수 있는 업무는 어디까지인가?”

앞으로 SAP 컨설턴트에게 더욱 중요해질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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